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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을 듣겠다는 공청회, 다양한 의견은 없어.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정년연구위원회가 항존직(목사 장로 권사 집사)의 70세 정년 연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기사입력 2020.04.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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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가 제104회 총회에 올라온 헌의안을 받아들여 (항존직) 정년연구를 위한 정년연구위원회”(위원장 고영기 목사)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그동안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공표했다. 70세 정년에 대해 현행유지가 정년 연장보다 10%정도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설문조사와 별개로 정년연구위원회는 2020421일 새에덴교회에서 총회 정년연구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 정책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한 절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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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정년연구를 위한 공청회는 1부 예배를 드린 후 연구주제-1 정년제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서창원교수) 연구주제-2 목사 정년제도에 관한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연구(양현표교수) 연구주제-3 국내의 주요 교단의 목회자 정년제도 비교 연구(이희성교수) 연구주제-4 목회자 은퇴연장에 관한 효용성과 확실성에 대한 목회사회학적 연구(김근수교수)를 발표했다.

 

아쉬운 점은 발제자로 정년 연장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 인사들을 골고루 배치했느냐는 것이다. 총회 총대를 구성하는 목사나 장로는 물론 젊은 층인 부목사나 신학생, 평신도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이다. 주제발표만 하고 현장에 참석한 인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주제를 발표한 교수들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조사된 객관적인 자료나 국내외 주요 교단의 사례를 객관적으로 제시 소개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정년 연장이나 정년 폐지로 기울어졌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과정인데 의견수렴보다는 정당성을 알리려는 설득회 처럼 느껴진 이유다.

 

공청회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들어보았다. 항존직의 70년 정년제를 연장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 좋은신문이 그 타당성을 분석 평가 해 본다.

 

먼저 현재의 70세 정년제는 세상의 제도라 주장한다. 사회에서는 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일을 그만두도록 되어 있는데 그것이 정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통념을 교회가 따라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서창원교수는 사도행전 2024절에 나오는 사도바울의 고백(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을 인용했다. 죽기까지 감당해야하는 것이 사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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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레위인의 시무연한을 30~50세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성전 기구를 다루는 육체적인 노동이기에 그렇지 왕이나 제사장이나 선지자는 제함이 없다고 했다. 총회 헌법에 70세 정년을 정한 것은 세상의 제도이지 하나님의 말씀이나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리어 하나님은 레위기 181~5절에서 세상을 따르지 말라.”고 로마서 121~2절에서도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로 드리라.” 하면서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란이 많지만 총회에서 법이요 하면 지금까지의 논쟁은 무의미 한 것처럼 성경에 위배되는 헌법은 고쳐야 한다. 정년문제는 하나님의 법이 아니기에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서창원교수의 논리가 타당하냐는 것이다. 세상을, 아니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는 말씀까지 인용하면서 70세 정년 문제가 성경에 위배된 것이라 주장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다고 하기 때문에 총회 헌법이 잘못된 것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다.

 

서창원교수가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성경을 상황에 맞게 인용해야 하는데 자기 논리, 자기주장을 위해 끌어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레위기 18장 말씀이나 로마서 12장의 말씀은 정년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 아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세상의 잘못된 우상숭배나 음행 등의 죄악을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이 정한 정년제도는 죄를 범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법을 거스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년제도는 하나님께서 주신 일반은총일 수 있다. 더 나간다면 안식일이나 안식년 희년의 확장이라 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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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헌법의 70세 정년 제도를 세상이나 세상의 속한 것이라 주장한 서교수는 자기가 주장하는 정년 폐지논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세상의 논리를 끌어들이고 있다. 정년제도가 노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 때문이라 주장하면서 노동력과 다른 전문가(의사 변호사를 비롯한 예술가나 장인들, 그리고 카톨릭 사제) 집단에는 정년이 없다고 한 것이다.

 

정년 연장이나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는 건강상태를 내세우기도 한다. 노화와 건강 문제로 일할 수 없기에 정년을 설정했지만 예전과 달리 의학의 발달로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나이가 많을수록 주어진 일을 더 잘 감당할 수도 있기에 정년으로 일을 놓는 것은 큰 손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현실적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세상에서 60세에 정년을 해 왔지만 노동인구의 감소나 그동안 쌓아온 재능을 허비하는 것이 아까워 정년을 연장하거나 피크타임제를 도입하기도 한다. 목회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동안 하나님의 종으로 깊이 있는 영성을 유지하면서 교회에 은혜와 덕을 끼칠 수 있기에 아쉬울 수 있다.

 

그렇지만 교회 항존직의 경우 이미 세상에서 정한 정년 기한보다 10년 정도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60세 정년을 하는 사람들이 정년을 몇 년 늦추는 제도를 만든다고 70세 정년을 하는 교회 항존직의 정년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성도들 사이에서는 사회의 정년과 다른 교회의 70세 정년에 대해 불만이나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세 번째 정년 연장이나 정년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목회자 수급의 문제이다. 그동안 본 교단은 신학생 과잉과 목회자 수급문제로 우려를 해왔다. 수많은 신학생들이 졸업하고 목회지로 가야 하는데 목회자가 너무 많아서 갈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급의 불균형은 무임목사나 이중직 문제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이번 공청회를 통해 드러난 현실은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무임으로 있는 목회자들이 6%정도이기는 하지만 세상에서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신학생 유입의 감소세로 보아 조만간 목회자 수가 부족해져서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통계를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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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현실화되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주일학교의 붕괴를 낳았고 신학생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 곧 다가올 것이기에 목회자의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석교단은 정년을 75세로 연장했고 미국 개혁주의 교회들은 정년이 없다는 것이다.

 

목회자 수급이 문제로 나타날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났듯이 농어촌 교회가 폐 당회가 되면 노회 존립이 어려워지고 총대를 파견하는데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목회자 한 사람이 여러 교회를 맡아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환경 변화로 말미암아 교회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교회 항존직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을 폐기해야 하는가? 양현표교수의 말에 의하면 그것이 당장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시적인 방안으로 이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다는 하석상대(下石上臺)라 할 것이다.

 

당장 목회자 수급 상 필요하다고 정년을 연장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노화되어 역동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교회가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젊은이들이 유입이 어려울 뿐 아니라 도리어 교회에서 멀어질 수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통계와는 다른 면들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목회자 수급에 문제가 있지만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무임목사 6%가 아니라 그들 못지않은 미래자립교회가 많다. 폐쇄되거나 통폐합되어야 할 교회들의 수치만 믿고 목회자 수급문제를 단기적인 정년 연장이나 폐지로 해결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희성교수는 교회가 목회자 수급에 있어서 소명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를 이끌어갈 영적 리더십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로서의 소명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인간적인 매리트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젊은이들이 신학교에 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젊은 세대의 부족만이 아니라 목회자로 헌신했을 때의 비전이 안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신학교를 졸업했을 때 일할 길이 열려야 하는데 지난 10여 년간 신학교를 졸업하고도 갈 곳이 없어 파트타임에 전전하고 운전이나 택베 일을 해야 하는 경우들이 생겨났다. 그러한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무리한 개척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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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실에서 목회자 수급문제를 정년 연장이나 정년제 폐지로 해결하자는 주장은 임시방편적인 것으로 옳지 않다. 지금이라도 신실한 목사 후보생들을 찾아 육성하고 그들이 목회자가 되어 교회를 섬기게 될 때 기쁨으로 마음껏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면 젊고 유능한 목회자들이 하나님께 헌신하여 새로운 부흥기를 맞을 수도 있다.

 

네 번째로 정년 연장이나 정년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는 첫 번째 논리와 닿아 있다. 건강하고 영적 감화력이 있는 목회자가 한창 일할 수 있는데 정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무얼 할까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 받았는데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죄를 범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

 

마지막 죽는 날까지 하나님의 종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다. 서창원교수는 스펄전의 말을 인용했다. 왜 목사가 되는가에 대하여 다른 일을 할 수 없어서 목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목사가 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일 수 있다. 죠지 휫필드의 말도 명언이다. “녹슬어 사라지기보다 달아서 없어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라면 그래야 할 것이다. 젊었을 때만이 아니라 늙었을 때에도 건강이 허락되는 한,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갈 때까지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한 삶이 꼭 은퇴하지 않고 교회를 담임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논리는 무엇일까? 정년과 관계없이 그러한 삶을 사는 것은 자기의 선택이지 정년과는 무관하다.

 

한국교회가 직면한 문제가 많다. 주일학교의 침제,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멀어졌다. 사회적인 현상일수도 있지만 교회 지도자들의 문제도 적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견디고 교회가 부흥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국교회는 기도하면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년 연장이 꼭 필요하다면 교단 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의 70세 정년을 그대로 두고 교회의 형편에 따라 은퇴한 목사가 시무할 길을 열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70세 정년을 맞은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에서만 시무할 수 있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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