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투신한 20대가 119에 신고했지만 구조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11월 27일(화) 새벽 1시 20분쯤 21세인 최 모 군이 마포대교 북단에서 1/3쯤 간 곳에서 투신했습니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많은 고민 끝에 안타까운 결정을 한 것 같습니다.
2016년 가을, 저는 한강을 걸어서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운동을 겸하여 강변을 걸어서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시간이 오후 5시 30분 쯤 되어 원효대교에 이르렀을 때 몇 몇 사람들이 한강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로 보아 다급한 일이 발생한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파악해보니 누군가 원효대교에서 투신했다는 것입니다. 투신한 사람이 있는 곳을 가리켜 바라보니 정말로 한 사람이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습니다. 제가 119에 신고를 해 원효대교 북단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여의도 쪽에서 구조보트가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구조를 마친 후 보트는 곧바로 여의도 쪽으로 향했습니다. 투신한 사람이 수영을 하여 버텼고 구조대가 빨리 와서 생명을 건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투신 했겠지만 제가 있던 위치를 기준으로 원효대교 북단에서 200m 정도의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빨리 구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한강에 투신하면 기절하여 물에 빠져 사망한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새벽에 한강에 뛰어든다면 목격하기 어려워 신고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아니 다행히 누군가 신고 한다 할지라도 어두워서 구조대가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려워 목숨을 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 군의 경우는 특이했습니다. 투신한 최 군 본인이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한 것입니다. 그는 투신 한 후 자기 선택이 잘못됐음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아니 차가운 물속에서 본능적으로 살려고 발버둥쳤을 것입니다. 119와의 통화 내역을 보면 그는 자기가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전화를 받는 요원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투신한 사람이 직접 신고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최 군의 구조요청에 수영하면서 전화하고 있다며 대단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아마 매우 숨 가쁘게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을 텐데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게 낭비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은 생명이 경각에 달린 시간이었습니다.
최 군은 다시 3분 후 구조대원의 전화를 받기도 했는데 그 후에는 완전히 연락이 끊겼습니다. 투신 후 약 10분까지도 살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119는 전화를 받은 후 1분 여 만에 구조대에 출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수난 구조대가 마포대교에 도착하여 수색을 시작했지만 15분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투신 시점을 정확히 몰라 가까운 주변만 수색한 후 찾지 못하자 허위신고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뒤늦게 확인된 cctv와 119 녹음파일을 근거로 최 군은 새벽 1시 23분 쯤 투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투신 후 10여 분 간 생존한 것으로 보입니다. 119가 출동하여 구조 활동을 벌였지만 투신 시점과 장소를 잘 파악하지 못해 구조되지 못 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 군은 3일이 지난 11월 30일(금)에 가양대교 북단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누군가에게 자기의 상황을 이야기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의 소리를 쉽게 흘려보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청년의 생명을 잡아주지 못한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