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정년이 필요할까? 교회를 젊게 만들고 후진에게 길을 터 주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년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에도 정년 제도가 있고 특히 공무원일 경우 더 엄격하다.

정년을 반대하는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나이만으로 정년 제도를 실시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정신이나 지적 능력, 그리고 체력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정년을 70세로 못 박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목회하면서 쌓은 경험이나 달란트를 썩히는 것도 아깝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데 현장을 떠나야 하기에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적은교회 목회자들은 노후를 준비하지 못해서 은퇴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럴지라도 정년은 현실이다. 무엇이 좋고 옳으냐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헌법. 정치 제3장 교회직원. 제2조 교회의 항존직. 3항에 “항존직의 시무년한은 만 70세로 한다.”고 규정했다.

헌법을 바꾸지 않으면 70세 정년은 바뀔 수 없다. 정년 연장이나 상향, 하향을 원하는 사람들이 매년 헌의안을 올리지만 재적총대의 2/3 찬성이 필요하기에 70세 정년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가 있다.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70세 정년 문제로 총회가 어려움에 직면했다.정년이 지났지만 노회의 묵인아래 여전히 목회를 하거나 총회 정치부장을 지낸 목회자가 교단을 탈퇴했다 면직을 당하기도 했다.

혼자서 총회를 떠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담임목사가 섬기는 교회를 이끌고 총회를 탈퇴해 다른 교단으로 가는 것이 문제다. 정년 문제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데 총회가 이러한 원칙만을 외치고 있어야 할 것인가? 대책이 필요하다.

총회를 탈퇴해 다른 교단으로 갈지 고민하는 교회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1)담임목사가 교회를 개척한 1세대 목회자이고 2)교회가 부흥 성장하여 성도들이 많고 건물이나 재산이 많고 3)성도들이 담임목회자를 신뢰하고 따른다는 것이다.

한 목회자의 말을 인용하면 정년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총회를 사랑하기에 떠나고 싶지 않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정년 문제가 있기에 탈퇴해야 할 상황”이라며 자신과 같이 개척해서 정년을 앞둔 대형교회 목회자들 중에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렇다고 목회를 계속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신도시가 들어오기 때문에 “새로 입주하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교회를 건축하고 총신을 나온 부목사들에게 분립 개척할 수 있도록 2~3년만 더 사역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무시하고 ‘70세 정년’이라는 원칙만 고집할 수 있을까? 탈퇴해도 어쩔 수 없다면서 나 몰라라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총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대안은 어떨까? 개척해서 부흥한 교회의 1세대 목회자들에 한해 총회나 노회가 의견을 수렴하고 탈퇴하지 않는 조건으로 서약을 받고 3년 정도 시무를 연장해주는 것이다.그 대신 노회의 준회원자격으로 목회만 할 수 있게 한다.

다른 목회자들과 형평성이 안 맞는다고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개척해서 성장시킨 공을 인정하고 교회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에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개척한 1세대목회자가 아닌 경우 교회가 반대할 것이기에 교회와 함께 총회를 탈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법을 수정하지 않는 한 70세 정년은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상황을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다. 탈퇴한다고 비난하기보다는 1세대 목회자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 총회와 노회가 보듬어 안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