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기자가 호서대학교 신학과에 다니던 시절이 떠오른다. 기차를 타고 서울역과 천안역을 오가던 기자가 천안역에서 자주 목격하던 모습이다.
대학생이었던 기자는 뜸한 기차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모여 있던 몇 몇 사람들을 보았다. 천안역 광장 벤치에 앉아 이야기하거나 지나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기도 했다.
누나에게 용돈을 받아 학교에 다녔기에 주머니가 얇았던 기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차례 돈을 건네거나 옆에 있던 가게에서 국수를 사 준 적이 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은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같은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이 청량리에서 밥퍼 사역을 하고 여러 교회나 단체가 서울역에서 긍휼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천안중부교회 원로인 문용권목사가 천안역 근처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모아 예배드리며 복음을 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취재를 알리고 허락을 받아 현장을 찾아갔다.
2024년 7월 5일(금) 오전10시 알려준 장소를 찾아갔다. 천안 서부역으로 나가 네거리를 지나자 해병대 무료급식소가 보였다. 하천 굴다리 아래서 들려오는 찬송소리를 듣고 광야교회 예배현장을 찾았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자는 좋은 일이 있으리라 많이 있으리라. 우리 서로 뜨겁게 사랑하면은 좋은 일이 있으리라 크게 있으리라. 예수님을 구주라 부르는 자는 좋은 일이 있으리라 많이 있으리라.”
굴다리 아래라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찬양을 부르는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보였다. 문용권목사가 한사람 한사람 손을 잡아주며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되어 문용권목사의 인도로 의지할 곳 없어 모여든 사람들의 광야교회 예배가 시작되었다. 주보에 실린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했다.
좋은신문 기자를 소개하면서 기도를 부탁했다. 예배로 인도해준 것에 감사하며 하나님의 위로와 은혜를 주시고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찬송가 387장 “멀리 멀리 갔더니”를 부른 후 성경을 봉독했다.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7절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라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문용권목사는 “감사하면 행복해요”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배우자를 주신 것, 자녀를 주신 것, 며느리와 사위를 주신 것. 관계 속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그 자체가 감사할 이유라는 것이다.
남편에게 아내에게, 자녀인 아들딸과 며느리 사위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감사해야 할 분이 있다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자고 했다.
설교가 끝난 후 찬송가 96장 “예수님은 누구인가?”를 부른 후 문용권목사가 참석자들을 위해 기도한 후 축도로 에배를 마쳤다. 무료 배식장소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나눠주고 문용권목사는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아주며 인사했다.
예배 장소를 정리한 후 스텝들이 모임을 가졌다. 문용권목사가 참석자들의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스템들을 격려했다. 참석자는 120여명으로 파악됐다. 마무리기도 후 각기 삶의 현장으로 흩어졌다.
79세가 된 문용권목사는 74년부터 천안중부교회를 40여 년간 목회했다. 은퇴하기 전부터 문목사는 매주 도움을 청하러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때나 오지 말고 매주 목요일 11시에 교회로 오라고 했다. 소망 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려는 생각으로 '소망예배'라 했다. 은퇴 후 모든 사역을 물려주었지만 중단된 상태다.
병원에서 입원해 있다가 밖에 나가보니 햇빛같이 환해보였다. 사람들의 영안을 열어주기 위해 천안역에 나가 복음을 전하는 계기였다. 노숙자가 방해하기도 했지만 아침이나 먹으라며 만원짜리 한 장을 줬다.
안면이 생겨 노숙자들과도 가까워졌다. 슈퍼에서 막걸리와 빵을 사와 먹으라고 부르니 배고픈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화요일 2시에 모이라 하자 노숙자들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몰려왔다.
냄새가 나 함께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노숙자들을 오지 못하게 해 지금은 함께하지 않는다. 추울 때나 비가 많이 올 때를 제외하고 광야교회는 매주 금요일 10시 천안 서부역 근처의 해병대 무료급식소 옆 하천, 다리 아래에서 예배드리고 있다.
광야교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매주 4~50만원씩 들어간다. 오는 사람들에게 우유와 빵, 라면 등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문목사와 사모, 둘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천안중부교회 중심으로 원로목사의 사역을 돕고 있다.
문목사가 100만원을 헌금해 시작됐지만 이제는 서서 예배드리는 것을 보고 독지가가 의자를 기증하고 아버지의 사역을 응원하는 둘째 딸과 수술을 앞두고 기도를 부탁한 성도가 각각 100만원씩, 그리고 스텝으로 참여한 성도들이 헌금 해 운영되고 있다.
문용권목사는 성도들이 말씀을 다 알 수 없다는 현실을 알기에 자기에게 주신 말씀을 하나 붙잡고 살라고 권한다. 감동받았던 한 구절만 있으면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믿음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목사가 붙잡은 말씀은 마가복음 10장 45절이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