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차로 떠나는 모험여행, 차질은 있었지만 많은 현장경험과 생각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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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로 떠나는 모험여행, 차질은 있었지만 많은 현장경험과 생각을 품다

기사입력 2023.05.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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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기차표 시간을 확인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먼 길을 갈 때 가격이 저렴한 무궁화호를 자주 이용한다. 다음 날 아침에 떠나면 행사 시간 전에 도착하기 어려워 하루 전 떠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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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차를 타기로 했다. 저녁 8시쯤 떠나는 장항선 열차를 타면 1차 목적지인 익산역에는 다음날 1230분쯤 도착한다. 밤새 달리는 기차면 좋은데 가장 늦은 시간에 떠나는 열차는 그것밖에 없었다.

 

익산역에 도착하면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였다. 막연하게 익산 어딘가에 몸을 씻고 잠도 잘 수 있는 24시간 사우나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 노숙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두꺼운 옷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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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걸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밤에 떠나는 여행이고 그동안 잠도 부족해 기차를 타고 잠을 자려 했다. 미리 표를 구하지 못해 입석표를 샀지만 출발역인 용산에서는 입석 칸 자리를 이용해 잠도 잘 수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기차가 서 있는 트랙을 따라 걸으며 입석 칸을 찾았다. 보통 중간 지점에 있는데 거의 마지막 칸에 가까워도 보이지 않았다. 열차 차장에게 왜 입석 칸이 없냐고 물었다. “이 기차는 입석칸이 따로 없습니다.”

 

낭패였다. ‘어떻게 5~6간 걸리는 동안 서서 가지? 잠도 자야 하는데...’ 잠자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다. 조금이라도 앉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직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이춘복목사님의 쉬운 목회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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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에서 사람들이 기차를 올랐다. 내가 앉은 자리의 주인이 오면 비켜줘야 하기에 눈치를 보았다. 기차가 떠날 때까지 좌석 주인이 오지 않아 안심했는데 한 젊은 청년이 뒤늦게 다가오다 멈칫했다.

 

좌석 주인이냐며 일어나려 하자 청년은 아니에요. 괜찮아요.” 하면서 기차 연결통로 쪽으로 나갔다. 자리를 양보해 준 것에 고맙다 인사할 겨를도 없었다. 하루종일 피곤하게 살았을 청년에게 미안했다.

 

다행인지 수원쯤 와서는 사람들이 많이 내려 자리에 여유가 생겼다. 그 청년도 어느 빈자리에 앉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쉬운 목회를 읽으면서 내 고향인 서천 장항을 지날 때는 자정을 넘기고 30분쯤 후 익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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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밖으로 나가며 두리번거렸다. 역 주변에 여행자들을 위한 숙박시설이나 사우나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우나 간판이 보이지 않아 인터넷으로 두세 곳을 찾아 전화해 봤지만 받지 않았다.

 

네비게이션으로 가까운 사우나를 찾아갔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지 불이 꺼져 있었다.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을거라 생각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역 근처에는 없고 2, 30분 거리에 있다며 따라오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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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들러 아침 식사를 하려다 어떨지 몰라 그냥 왔는데 익산역 가까이 와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노숙인을 비롯해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정신을 발휘해 사진을 찍었다. 인상 깊은 것은 나눠주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도시락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섬기는 마음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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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도시락 하나씩을 받아 어디론지 사라졌다. 몇 개가 남아있는 것을 보고 저도 하나 주실 수 있나요?” 물었더니 흔쾌히 건네주었다. 목사고 기자라 신분을 밝히고 사역에 대해 소개해 달라고 했다.

 

익산역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도시락을 나누는 사역을 하는 분들은 ‘OK이라 불리운다. 금강 유역에서 유명한 교회로 알려진 신광교회 성도들이다. 2021년 홍성건목사가 설립한 NCMN(Nation Changer Movement & Network)에서 훈련받고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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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MN의 사역은 내가 거주하는 곳 반경 5km 안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가난한 사람, 고아 과부 나그네, 그리고 레위인들. 전국 800여 곳에서 이런 분들을 돌보는 사역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는 서울역에서 활동하는 팀이 노숙인 600여 명을 섬기고 있다. 익산지역에는 10곳에서 사역을 진행 중인데 신광교회 출신 성도들이 절반 정도를 감당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른 시간에 밥이나 반찬, 청소 등으로 지역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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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노숙인인 듯한 남성이 기자의 앞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가까이 다가가 좋은 일하는 분들을 소개하려는데 사진을 사용해도 되는지 물었다.

 

사진에 보이는 모습을 원치 않으면 삭제하겠다고 했다. ‘마음대로 사용하라는 답을 해주었다. 조금은 미안하고 고맙지만 좋은 뜻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본 기사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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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들러 기차가 서 있는 플랫폼으로 다가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했다. 서 있는 기차에 오르려 출입구로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다른 문으로 가려는데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꼭 타야 하는 열차를 놓치고 말았다.

 

 

 

광주에 가야 하는데 하루 전 익산에 온 이유가 늦지 않기 위해서였다. 꼭 타야 하는 열차를 놓쳐 결국 두 시간이나 지난 열차를 타고 모든 행사가 마친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쉽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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