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의 동성애(퀴어신학의 구약해석 비판)-1
1. 들어가는 말
구약성경에 동성애를 언급한 본문은 창세기 19장 1-11절, 레위기 18장 22절, 20장 13절, 신명기 23장 17-18절, 사사기 19장 16-30절, 열왕기상 14장 22-24절, 15장 11-12절, 22장 43-46절, 열왕기하 23장 7절, 욥기 36장 13-14절, 에스겔 16장 48-50절이다.
이 본문들에 대한 퀴어신학의 구약해석을 잘 보여주는 책은 2006년에 발간된 The Queer Bible Commentary로서 이 책은 Deryn Guest 외 세 명의 퀴어신학자들이 편집하였고 다수의 퀴어신학자들이 참여하여 구약과 신약 66권에 관해 주석한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위의 동성애 관련 구약본문들이 동성애에 관하여 무엇을 말하는지 해설하고 동성애를 옹호하기 위하여 본문을 왜곡하여 해석하는 퀴어신학자들의 주요 논지를 비판하고자 한다.
2. 소돔의 동성애
동성애에 관한 구약의 첫 번째 본문은 타락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소돔의 동성애를 기록한 창세기 19장 1-11절이다. 구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에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있는 소돔이 기록된 것을 볼 때 동성애의 시작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감을 알 수 있다. 동성애를 뜻하는 영어 단어 ‘sodomy’도 바로 창세기 19장에 기원을 두고 있다.
창세기 19장 1-11절의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사람의 모습(남자)으로 나타난 두 명의 천사가 소돔에 나타나자 소돔에 거주하던 롯이 그들을 자신의 집에 손님으로 맞이하고 음식을 대접한다. 그런데 그 천사들이 자기 전에 소돔의 백성들이 롯의 집을 에워싸고 롯이 맞이한 두 남자를 내어 놓으라고 말한다.
이 때 그 집을 둘러싼 소돔의 백성들을 “노소를 막론하고 원근에서 다” 모인 소돔인들이라고 기록한 것(창세기 19장 4절)은 소돔 땅에 동성애가 얼마나 편만하게 퍼져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개역개정에서 “소돔의 백성들”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안쉐 쏘돔”으로, 직역하면 “소돔의 남자들”을 의미한다.
롯의 집을 둘러싼 소돔인들은 롯에게 말한다. “오늘 밤에 네게 온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이끌어 내라 우리가 그들을 상관하리라”(창세기 19장 5절). 여기서 “상관하리라”는 말은 히브리어, “야다”로서 그 원뜻은 “알다”(know)인데 이 “야다”가 문맥에 따라 ‘성교’(intercourse) 혹은 ‘동침’을 의미할 수 있다.
바로 이 본문에서 ‘성교’의 의미로 쓰였다. 히브리어 “야다”가 ‘성교’ 혹은 ‘동침’의 의미로 쓰인 대표적인 예는 창세기 4장 1절이다. “아담이 그의 아내 하와와 동침하매 하와가 임신하여 가인을 낳고”에서 “동침하매”로 번역된 것이 바로 ‘알다’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야다”이다. 이러한 소돔 사람들의 악한 요구에 롯이 자신의 손님인 이 두 사람들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 것을 말하자 그들은 롯을 밀치고 문을 부수려고 한다.
이 때 사람의 모습으로 온 천사들이 롯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천사들의 초자연적 능력으로 문 밖의 소돔인들의 눈을 멀게 하였다. 이후 소돔 땅은 고모라와 함께 하나님의 유황과 불의 심판을 받게 된다.
3. 죄는 동성애가 아니라 집단 성폭력인가?
소돔인들이 롯에게 손님으로 온 두 사람을 내어놓으라는 요구에 롯은 그들에게 “이런 악을 행하지 말라”고 말한다. Michael Carden은 이와 관련하여 일방적인 성폭력과 합의하에 갖는 동성애를 구분할 것을 주장한다.즉, 창세기 19장은 폭력으로 동성애를 강제하려 한 것을 기록한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서로 간에 합의 하에 동성애를 나누는 것은 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창세기 19장을 언급한 성경의 다른 본문들을 살펴보면 롯이 말한 소돔 사람들의 악은 단순히 집단 성폭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스겔 16장 49-50절에서 소돔의 죄를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아니하며 거만하여 가증한 일을 내 앞에서 행하였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보고 곧 그들을 없이 하였느니라.
위 본문의 화자인 여호와는 소돔의 여러 가지 죄 중에 “가증한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창세기 19장 1-11절에서 기록한 소돔의 죄는 다른 죄가 아니라 소돔에 퍼져 있는 동성애와 소돔 남자들이 롯의 집에 방문한 두 사람에게 강제적인 동성애를 요구한 것이다. 창세기 19장에 기록된 소돔의 죄가 동성애와 강제적인 동성애 요구인데 여호와가 소돔의 죄를 나열하면서 창세기 19장에 기록된 소돔의 죄를 생략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므로 소돔의 “가증한 일”은 바로 동성애와 그와 관련된 죄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가증한 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토에바”인데 이 단어는 레위기 18장 22절과 20장 13절, 열왕기상 14장 24절에서 동성애를 지칭한다.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토에바)이니라(레 18:22)
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토에바)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자기의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레 20:13)
그 땅에 또 남색하는 자가 있었고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쫓아내신 국민의 모든 가증한 일(토아보트-토에바의 복수형)을 무리가 본받아 행하였더라(왕상14:24)
히브리어 “토에바”는 매우 강한 혐오(abhorrence, abomination)를 의미하는 단어로 동성애가 하나님 앞에 매우 혐오스러운 범죄임을 알려준다.물론 구약성경에서 히브리어 “토에바”가 동성애만을 지칭하는 가증함은 아니다. 가나안 신상(신 7:26), 부정결한 짐승(신 14:3), 악인의 제물(잠 21:27), 율법을 듣지 않고 드리는 기도(잠 28:9), 악행을 저지르면서 드리는 분향(사 1:13), 이웃의 아내와 음행(겔 22:11) 등 여러 가증한 일을 “토에바”로 지칭하였다.
그러나 에스겔 16장 49-50절에서 “토에바”가 소돔의 죄와 관련하여 사용되었기에 소돔의 “가증한 일”을 동성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더 선명하게 소돔의 죄가 동성애임을 말해 주는 구절은 신약 유다서 7절이다.
소돔과 고모라와 그 이웃 도시들도 그들과 같은 행동으로 음란하며 다른 육체를 따라 가다가 영원한 불의 형벌을 받음으로 거울이 되었느니라
여기서 “다른 육체를 따라”의 의미는 정상적인 이성의 육체가 아닌 동성의 육체를 쫓는 것을 의미한다. 유다서 7절에서는 소돔의 음란한 동성애가 불의 형벌의 원인이었음을 말한다.
결국 소돔의 죄를 언급한 에스겔 16장 49-50절, 유다서 7절, 그리고 동성애를 “가증한 일”(토에바)로 일컬은 레위기 18장 22절과 20장 13절, 열왕기상 14장 24절을 고려하면 창세기 19장 1-11절의 소돔의 죄는 단순히 강제적인 성폭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를 포함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